쿠퍼 쌍 (Cooper Pair)
1. 쿠퍼 문제
쿠퍼 문제(Cooper problem, 1956)는 다음 상황을 고려한다: 절대영도의 페르미 해(Fermi sea) 위에 두 전자가 놓여 있고, 이 두 전자 사이에만 약한 인력 이 작용한다. 페르미 해의 전자들은 파울리 배타 원리에 의해 불활성이다.
쿠퍼의 핵심 결과: 아무리 약한 인력이라도, 페르미 면의 존재 하에서 두 전자는 항상 속박 상태를 형성한다. 이 속박 상태가 쿠퍼 쌍(Cooper pair)이다.
이 결과는 진공 중 두 입자의 속박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. 3차원 진공에서 약한 인력 퍼텐셜은 속박 상태를 만들지 못할 수 있다(임계 결합 강도가 필요). 그러나 채워진 페르미 해가 상태 공간을 효과적으로 2차원으로 축소시켜, 무한소 인력으로도 속박 상태가 가능해진다.
2. 쿠퍼 쌍의 파동함수
총 운동량 인 쿠퍼 쌍의 파동함수:
여기서 합은 페르미 해 위의 상태에만 걸친다 (파울리 배타 원리).
슈뢰딩거 방정식을 적용하면:
BCS 근사: (), 그 외 0.
합을 적분으로 바꾸고 (, 은 결합 에너지):
인 약한 결합 극한에서:
이 결합 에너지는 결합 상수 에 대해 비해석적(non-analytic)이다 -- 의 어떤 거듭제곱 전개로도 표현할 수 없다. 이것이 초전도가 섭동론으로 발견될 수 없었던 이유이다.
3. 쿠퍼 쌍의 물리적 성질
쿠퍼 쌍의 주요 물리적 성질:
| 성질 | 값 | 설명 | |------|---|------| | 총 전하 | | 보손처럼 행동 | | 총 스핀 | (싱글릿) | | | 총 운동량 | | 시간역전 쌍 | | 궤도 대칭 | -파 () | 통상적 초전도체 | | 결합 에너지 | | | | 공간적 크기 | | 결맞음 길이 |
결맞음 길이의 추정:
알루미늄의 경우: , :
이 거대한 크기( 격자 상수) 안에 개의 다른 쿠퍼 쌍의 중심이 포함된다. 쿠퍼 쌍들은 극도로 겹쳐 있다.
4. 왜 총 운동량이 0인가
인 쌍이 에너지적으로 가장 유리한 이유는 페르미 면의 형태 때문이다. 이면 쌍을 이루는 두 전자는 에 있으며, 이 두 상태는 시간역전 대칭에 의해 정확히 같은 에너지를 갖는다:
따라서 페르미 면 위 얇은 껍질 내에서 쌍을 이룰 수 있는 상태의 밀도가 최대가 된다. 이면 쌍을 이룰 수 있는 위상 공간이 줄어들어 결합 에너지가 감소한다.
유한한 를 가진 쿠퍼 쌍은 초전류(supercurrent)를 운반한다. 그러나 위상 공간 감소에 의해 갭이 줄어들고, 임계 전류(의 최대값)를 초과하면 초전도가 파괴된다.
5. 쿠퍼 쌍의 실험적 증거
자속 양자화 실험은 쿠퍼 쌍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다.
초전도 고리의 자속 양자:
만약 전류 운반자의 전하가 이면 .
실험적으로 측정된 값: .
이는 , 즉 초전도 전류 운반자가 전하 인 쿠퍼 쌍임을 확인해준다.
Deaver-Fairbank(1961)과 Doll-Nabauer(1961)의 독립적인 실험에서 동시에 확인되었다.
6. 비통상적 쿠퍼 쌍
통상적 BCS 초전도체에서 쿠퍼 쌍은 -파 대칭()과 스핀 싱글릿()을 갖는다. 그러나 일부 물질에서는 다른 대칭의 쿠퍼 쌍이 형성된다:
- -파 쌍형성 (, 싱글릿): 고온 초전도체 (cuprate). 갭 함수 으로, 특정 방향에서 갭이 0이 되는 노드(node)가 존재.
- -파 쌍형성 (, 트리플릿): He 초유동, SrRuO(?). 이므로 자기적 성질 가능.
- -파: 철계 초전도체. 서로 다른 페르미 면에서 갭의 부호가 반대.
비통상적 쌍형성에서는 포논 대신 자기 요동(spin fluctuation)이나 다른 보손 매개체가 역할할 수 있다.
쿠퍼 쌍 형성은 초전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현상이다:
- 핵물질: 양성자-양성자, 중성자-중성자 쌍형성 (핵 초유동)
- He: 페르미 원자 쌍형성 (초유동 He)
- 냉각 원자 기체: 페르미 원자의 BCS-BEC 교차(crossover)
- 중성자별 내부: 중성자 초유동, 양성자 초전도
쿠퍼의 불안정성 정리가 보여주는 것은, 페르미 면이 존재하는 계에서 아무리 약한 인력이라도 기본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. 이는 페르미 액체의 근본적 불안정성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다.